중국 가족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성과
가족기업은 21세기 들어 급성장하고 있다. 컨설팅업체인 맥킨지에 따르면, 2010년에는 글로벌 대기업의 15% 정도가 가족기업이었는데 2025년에는 이 비율이 40%까지 증가할거라 전망하고 있다. 가족기업이 빠르게 증가하는 데에는 개발도상국의 부상이 큰 영향을 끼쳤다. 21세기 들어서 중국•브라질•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이 빠른 속도로 성장했는데, 이들 국가에서는 가족기업의 비율이 이미 산업화된 선진국보다 높았다. 가족기업이 고도로 발달한 미국은 가족기업 관련 이론이나 성공사례 등 다양한 관점에서 연구와 교육을 지속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해외의 가족기업 중에서 동양의 3국인 한국, 중국, 일본의 가족기업을 관심있게 관찰하고 있는데, 이는 바로 혈연과 전통을 중시하는 가족기업의 특성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여기서는 먼저 중국의 가족기업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다음으로 중국의 성공적인 가족기업 중 식품업계의 선구자인 이금기 사의 성공 요인을 알아보고자 한다.
중국의 가족기업
중국(China)의 기업은 1992년에 덩샤오핑이 경제발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고, 국영(國營)이든 사영(私營)이든 가리지 않고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으면 무엇이든지 하라고 지시한데서 출발한다. 그 후에 중국공산당 제14대 회의 때부터 중국 가족기업이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 이 시기에 가족기업은 규모가 빠르게 확장되고 동종업계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 경쟁적으로 집단화를 시작하였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자료(www.stats.gov.cn/tjzs/tjbk/)에 의하면, 2020년 중국의 전체 기업 수는 약 4천1백1십만 사이며, 이 중 국영기업(國有企業)은 약 46만사(1.11%), 민영기업(私有企業)은 약 4천6십5만사(98.89%)이며, 민영기업 중 가족기업은 약 1천5백6십1만 사로 전체 민영기업의 약 3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포브스차이나가 발표한 2016년 상장한 기업 수를 보면, A주(A股: 위안화로 주문하고 거래하는 보통주)를 발행한 기업은 2,874 사이며, 그 중 국영기업은 1,012 사이고 민영기업은 1,862 사이다. 민영기업 중의 가족기업은 912 사이며 전체 민영기업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장기업 중에서 가족기업의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또한 최근에 들어와 창업 열기가 뜨거워 향후 가족기업의 비중은 훨씬 더 증가하리라 예측된다.
중국 가족기업의 지배구조
가족기업들은 빠른 성장과 더불어 급속히 늘어난 자산규모 때문에 가족구성원 간의 이익분배와 기업 소유권 등 문제가 점차 증가하였다. 1997년 중국은 서양의 선진관리방식을 도입하여 산업 다원화와 국제화를 실행할 수 있도록 새로운 소유권 제도와 경영관리 제도를 탐구하였다. 그중의 하나로 가족기업의 이사회를 들 수 있겠다. 가족기업은 성장 초기에 이사회가 주로 가족구성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가족구성원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인한 횡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았다. 따라서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중국 상장기업 규정>에 새로운 규정, 즉 가족기업은 사외이사 수가 이사회 총 인원의 1/3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국 가족기업의 중요한 가족관계를 지분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2010년에 형제끼리 지분을 차지한 경우가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후에 차스닥(創業板: CHASDAQ: 우리나라의 KOSDAQ과 유사함)이 시작되어 중소규모 가족기업이 상장하게 되었다. 그리고 창업자 연령이 높아지면서 후세대가 경영에 참여하게 되므로 부자관계가 점점 중요해지게 되었다. 그 후 2016년 현재 부부끼리 지분을 공유한 기업의 비중이 제일 높게 나타나고 있다. 나아가 가족기업의 경영에 가족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많이 발생되어 가족구성원 대신에 전문경영자를 영입하는 기업이 증가하게 되었다. 포보스의 중국 가족기업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2014년도에 가족구성원이 CEO를 맡고있는 가족기업은 54.2%이었고, 전문경영자가 CEO를 맡고있는 가족기업은 45.8%이었다. 하지만 2015년도에는 가족구성원이 CEO인 가족기업은 40.3%로 감소하였지만, 전문경영자가 CEO인 가족기업은 59.2%로 급증하였다. 그 예로 국미전기(國美電器)의 경영권 분쟁을 들 수 있겠다. 국미전기는 2008년 11월 창업자(황광유)가 경제범죄로 조사를 받고 수감이 되었다. 그 후에 전문경영자가 위탁을 받고 황광유 대신 국미전기를 관리하게 되었는데 이 때부터 창업자와 전문경영자 간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었다. 결국,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전문경영자가 회장 자리를 유지하고 창업주 황광유는 대주주 중 한 명의 지위를 유지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중국의 식품업계의 선두주자인 이금기 사의 성공요인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금기 사의 일반현황
1888년 설립된 이금기(李錦記) 기업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뛰어난 마케팅 능력으로 1970년대 문명 세계 곳곳에 소스 대국을 수립하였다. 60여 종의 베스트 셀러를 창출하고, 세계 80여 개국에 판매하여, ‘중국인이 있는 곳에 이금기 제품이 있다’ 는 말을 남겼다. 1992년 4대째 후계자인 이혜삼은 그룹 이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남방 이금기를 설립하고 국내(중국) 건강제품 시장 개척에 전력투구하여 무한극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현재 남방 이금기의 건강상품은 이금기 소스와 함께 100년 브랜드로 이 그룹의 양대 축을 이루고 있다. 이금기는 지속적인 해외 진출로, 아시아 브랜드 4위, 아시아 식품 브랜드 1위 등을 여러 차례 수상할 정도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이금기 그룹은 2000년대 들어 밀레니엄 홍콩 10대 기업으로 다시 선정되었다. 현재 이금기의 홍콩 직원은 500여 명, 국내외 직원은 모두 1,000여 명에 달한다. 이금기 그룹은 백여 년 이상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여 뛰어난 경영성과를 구축하였는데, 이에는 이금기 사만의 특이한 가족문화와 승계계획, 그리고 독특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금기 사의 성공 요인
첫째로, 이금기 사는 핵심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그 핵심 가치관은 바로 사리급인(思利及人)으로, 이는 ’이익이 발생하면 이씨 가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덕택으로 여겨야 한다‘는 의미이다. 즉 기업을 훌륭히 경영하려면 눈 앞의 이익과 사적인 이익보다는, 모든 가족구성원과 종업원, 그리고 이해관계자의 시각에서 모든 문제를 생각하여야 한다. 구체적으로 내가 아닌 상대방의 느낌에 관심을 갖고,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멀리 내다보는 헬리콥터적 사고방식을 핵심 가치관으로 여긴다.
둘째로, 이금기 사는 엄격한 승계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씨 가족은 후계자를 키우는 데 있어 번거로움이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후계자를 양성해 왔다. 이금기는 후계자 육성에 엄격한 잣대를 갖고 있다. 가족헌법에 따르면 가족의 차세대 자녀들이 가족기업에 입사하려면, 먼저 외부의 기업체에서 좋은 업적을 쌓은 뒤 가족기업으로 돌아갈 수 있다. 가족기업의 입사는 다른 직원과 똑같은 방식으로 동등한 경쟁을 거쳐야 입사할 수 있다. 또한 입사 후에도 기업 규정을 위반하면 일반 직원과 마찬가지로 역시 퇴출당한다.
셋째로, 4대 후계자인 이혜삼의 독특한 리더십이다. 이혜삼의 리더십은 오토매틱 모델과 상쾌지수로 직원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먼저 ‘오토매틱 모델’ 은 직원들에게 충분한 자유와 권리를 부여하고, 직원이 스스로 일할 수 있는 관리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가족기업의 중요한 관리지표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보람의 일터에 필요한 ‘상쾌지수’라는 지표를 만들었다. 상쾌지수는 핵심가치관인 ‘思利及人’을 구체화시키기 위한 지표로, 이는 직원들이 힐링할 수 있고 기분을 상쾌하게 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겼다.
중국의 가족기업은 상대적으로 늦게 출발하였지만, 우리나라의 가족기업들이 눈여겨볼 만한 제도가 몇 가지 있다. 가족헌법과 가족위원회(가족회의)의 제정 및 이의 실천, 규모와 관계없이 사외이사제도 도입, 성문화된 승계계획과 엄격한 후계자 교육훈련 등을,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실행에 옮겨 장수기업의 토대를 구축하면 좋겠다.
(Wealth, 삼성생명, 2021. 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