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파릇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닦아오고 있다. 많은 눈과 잦은 추위로 올 겨울은 유난히도 길게 느껴졌던 계절인 것 같다. 비록 아직은 완전한 봄이 아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지만 조만간 개나리, 진달래, 벚꽃 등이 활짝 피어 우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다.
추운 겨울에서 따뜻한 봄으로 바뀌는 자연의 섭리처럼, 우리나라의 기업에도 봄이 왔는지 궁금하다. 그럼 과연 어떤 것을 기업의 봄으로 볼 수 있을까? 기업의 가동률이 증가하기 시작하고 이로 인하여 매출액과 고용창출이 증대되고 종업원의 복지를 비롯한 보수 역시 커지기 시작하는 것은 봄의 출발점이 아닐까? 나아가 노사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자발적으로 소속 기업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며 지역사회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기 시작하는 때를 기업의 봄으로 보면 어떨까? 그러나 이러한 진정한 의미의 봄이 되려면 기업은 몇 가지를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중에 부자들의 경영철학을 중요시 여기는 드라마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경주 최 부자를 극화한 것이었다. 경주 최 부자는 조선중기 때 15대 300년 동안 만석이란 재산을 유지한 갑부였다. 그러나 다른 지주들과는 달리 최 부자는 당대는 물론 지금까지도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는 6 가지의 가훈(6훈)때문이다. 후손들이 지켜야 할 6훈은, 주로 사랑채에 기거하는 남자들은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라”, “진사이상 벼슬을 하지마라”이며, 안채에 기거하는 여자들은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어라”이며, 그리고 창고에 있는 재산을 관리할 때에는 “흉년에 땅을 사지 마라”, “백리 안에 굶은 사람이 없도록 하라”, “만석 이상 재산을 늘리지 마라”이다. 소위 요즘 말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이라 여겨진다.
조선시대 첫 여성 거상으로 알려진 김 만덕의 이야기는 현재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이다. 김 만덕은 당시 여관과 무역거래의 중심인 객주로 큰 부를 쌓았다고 한다. 김 만덕은 18세기 말 제주에 큰 흉년이 들자 육지에서 쌀을 사다가 구휼미로 관아에 보내어 굶주린 제주도민들을 구하였다고 한다. 매점매석을 하지 않았고 평소 검소한 생활로 타의 모범을 보여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또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전남 구례의 문화 류씨 가문 역시 지주이면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몸소 실천한 가문으로 유명하다. 행랑채에는 어른 가슴까지 오는 나무로 된 독이 지금도 있다고 한다. 쌀 두 가마니 반은 들어갈 200년 된 쌀독엔 쌀을 뺄 수 있는 마개가 있으며, 마개 위엔 타인능해(他人能解: 가족외의 사람도 꺼내갈 수 있다)라는 글씨가 적혀있다고 한다. 즉 배고픈 사람은 누구나 들어와서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이 조사한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조사 결과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가 1위부터 3위를 차지하였다고 한다. 또한 유한양행, 아모레퍼시픽은 7년 연속 업계 1위에 올랐다고 한다.
동학란에도 잘 견디어낸 경주 최부자, 6.25때도 불타지 않은 문화 류씨, 조선시대 첫 여성거상 김만덕, 오늘날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아모레퍼시픽은 모두 특정 가문에 의해 소유되고 경영된 가족기업이란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 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가족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쟁우위(sustainable competitive advantage)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경영에 필요한 가문의 뚜렷한 경영철학이 담긴 가훈이나 가족사명서가 필요하다. 100년 넘는 기업이 2만개가 되는 장수기업의 본산인 일본 장수기업의 비결은 ‘신뢰’라고 한다.
기업은 명확한 경영철학을 가정의 가훈으로부터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주주, 종업원, 고객, 거래처, 공급자, 지역사회 등의 이해관계자집단과 지속적으로 돈독한 신뢰관계를 형성할 때 진정한 기업의 봄은 시작되어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자료: FN news 2010. 3.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