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논단: 올해는 가정헌법을 만들자
지방에 있는 친구의 딸 결혼식에 참석하려고 오랜 만에 기차를 탔다. 주말이라 기차 안은 많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시선을 멈추게 하는 한 가족이 있어 지루하지 않았다. 가족석에 두 딸과 젊은 부부 이렇게 4 식구가 다정하게 앉아 가족여행을 가는 중인 것 같았다. 유치원에 다닐 정도의 두 딸은 재잘 되고 있었고 연신 과자, 오징어 등을 온 가족이 맛있게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이런 즐거움이 여행할 때만 아닌 일상생활에도 지속된다면 더욱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웃음꽃이 피는 즐거운 가정을 만들기 위해 최근 법무부는 ‘가정헌법’ 만들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가정헌법은 가족구성원이 지킬 원칙과 가치를 건전한 대화를 통해 정해진 스스로의 약속이다. 법무부에 의하면 우리 가정의 소중한 약속, 목표, 가치, 원칙을 세우고 잘 지켜나가기 위해 힘쓴다면 ‘가정헌법’은 우리 가족의 희망나침반이 될 것이라고 한다. 자료에 의하면, 이 캠페인에 참여한 1000여 가정의 가정헌법 1조를 분석한 결과, 사랑(28.4%)이 제일 많았고, 화목(9.9%), 행복(9.1%), 존중(8.5%) 등이 그 다음의 순으로 언급됐다고 한다.
가정헌법(이하 ‘가헌家憲’이라 칭함)이 가족 구성원이 지켜야 할 약속이라면, 이런 가족구성원들이 근간이 되어 형성된 기업을 ‘가족기업(family business)이라 칭한다. 가족기업은 지구상에서 인류가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기업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에 걸쳐 존속, 유지, 발전되고 있는 어엿한 기업의 한 형태이다. 월-마트, 포드 자동차, CNN, 도요타, 구찌 등이 가족기업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에서 제일 오래된 가족기업은 일본에 있는 호시 료칸(法師)으로, 서기 718년에 창업되어 현재 46대가 경영하고 있는 유서깊은 숙박업소이다. 이처럼 전 세계기업의 약 60~80%는 가족구성원이 경영(소유)하는 가족기업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기업 역시 대부분은 가족기업으로 추정되는데, 가족과 기업 모두가 행복하여야 성장․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구성원 간의 신뢰구축이 무엇보다도 먼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회의나 가족사명서 등이 중요하다. 가족사명서란 왜 우리 가족이 사업에 관여하는지를 포함한 가족철학을 상술한 것으로, 가헌과 이의 기초인 가훈도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가훈 중 가장 많은 것은 아마도 가화만사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가정헌법 1조의 결과인 사랑, 화목, 행복, 존중과 일치한다고 볼 수 있겠다. 가헌의 의미를 가족기업과 연결시켜보면, “가정의 화목은 기업의 발전을 불러 온다(Strong families create strong business)” 는 서양의 격언을 들 수 있겠다. 이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가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다. 아울러 가족회의는 가족이 함께 목표를 공유하고, 가족의 정체성과 가족의 가치관 및 전통을 주기적으로 준비하도록 도와준다. 9·11이후 돈보다 가족이 중요하다고 인식한 미국인들이 가족끼리 모여 주말을 함께 즐기는 모습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가족기업은 한 나라 경제의 주춧돌이며 사회를 발전시키는 활력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가족기업의 무능한 후계자의 선정, 가족 구성원 간의 갈등과 반목 등은 가족기업 전체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고 있다. 가족기업은 가족구성원의 공유된 가치관과 비전, 장기적인 측면 추구, 투철한 도전정신, 빠른 의사결정 등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런 장점이 극대화되고 단점이 최소화되기 위한 첫 걸음이 가헌의 제정이라 생각한다.
2010년에는 가헌의 제정으로 가족구성원 간 신뢰구축 → 가정의 화목 → 가족기업의 성장·발전 → 투자증대 → 일자리 창출·증대 → 실업률감소 → 자살 등 각종 사회문제해결 → 가족구성원 간 신뢰구축의 사이클이 구축되는 원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자료: 파이낸셜뉴스, 2010. 1.19)
(http://www.fnnews.com/section/internews/viewer.html?exec=viewsearch&height=739&stat=search&GCC=AB01399&PaperDate=&PageNo=&PageName=&CNo=70551118&COI=&NCT=&scope=0&keyword=%25EB%2582%25A8%25EC%2598%2581%25ED%2598%25B8&period=4&startdate=2009-07-19&enddate=2010-01-19&page=1&page_size=10&idx=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