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기업 VS 일반기업

보통 기업을 유형화할 때의 기준은 규모와 업종이다. 중소기업, 대기업은 규모로 유형화 한 것이고, 농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은 업종에 따른 분류이다. 최근 이를 근간으로 한 정책이 몇 가지 개발되고 있다. 먼저 규모별 분류는 기업의 크기에 따라 소상공인, 소기업, 중기업, 대기업에다가 “중견기업”이 그것이다. 지난 3월 정부의 중견기업 육성에 대한 종합대책을 보면, 중소기업 졸업에 따른 부담완화, 국제 경쟁력 향상과 해외시장 진출지원, 우량 중견기업의 집중 육성 등 다양한 지원방안이 포함되어 있다. 히든 챔피언을 키워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한다. 또한 사양산업, 낙후산업으로 일컬어지던 “농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식량자급률 제고, 식품산업 육성, 농촌 쾌적화 정책 등으로 위기의 농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 언론사는 Agrigento Korea(첨단농업 부국의 길) 라는 운동까지 전개하고 있다. 중견기업 육성과 농업의 전략산업, 모두 괜찮은 정책이라 생각하지만, 분류를 생각하면 약간은 씁쓸한 측면이 없잖아 있다.

위와 같이 기업을 분류할 때 사용하는 규모별, 업종별 대신 다른 방법으로 기업을 유형화하면 어떨까? 그것은 바로 기업을 “가족기업“ 과 ”일반기업(비가족기업)“으로 나누는 방법이다. 이렇게 분류할 경우 위의 중견기업, 농업이 모두 포함될 수 있으며, 더구나 가족기업은 전 세계 기업의 가장 보편적인 어엿한 기업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가족기업은 가족이 기업 경영의 중요한 일을 수행하는 기업으로, 주로 두 세대가 기업에 관여할 때가 전형적인 형태이다. 규모와 업종을 불문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기업의 약 70~80%는 가족기업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가족기업(family business)을 육성하면 중견기업 육성과 농업의 전략산업 정책이 자연스럽게 달성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이는 과거 ‘벤처기업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벤처기업이 활성화 된 것과 비슷하다. 중견기업의 육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중견기업의 법적인 정의는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에 대한 조세부담 완화, 금융부담 완화, 자금조달, 기술역량 강화, 글로벌 마케팅 지원 등은 중견기업 당사자는 환영하나, 나머지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조세부담 완화에서 민감한 것 중의 하나인 가업상속 지원은 가족기업의 육성으로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농업은 가족구성원이 중심이 되어 경영하는 가족기업으로 추정되어진다. 따라서 규모별, 업종별로 지원하는 대안으로 가족기업을 육성하면 어떨까?

가족기업은 인간이 지구상에서 살면서부터 시작한 기업으로, 월 마트, 포드자동차, 도요타자동차, CNN, 뉴욕 타임즈, 맥그로힐 출판사 등이 대표적인 대규모 가족기업이다. 더구나 중견기업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중소기업의 대부분은 당연히 가족기업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의 중소기업은 거의 100%가 가족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가족기업의 업종 역시 농업, 어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 업종을 불문하고 매우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가족기업은 시장에 재빠르게 적응, 우수한 경영성과와 생산성, 선대의 기술이나 비법의 전수, 장기 지향적, 저렴한 총비용 등이 강점이다. 더구나 가업의 승계는 고용창출능력이 뛰어나므로 가족기업을 육성할 필요는 크다 하겠다.

가족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정부는 가족기업의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와 더불어 관련법의 제정을 서둘러야겠다. 둘째로, 가족기업 오너는 가족기업에 적합한 패러다임으로 경영하여야겠다. 셋째로, 가족기업을 전문적으로 성장, 발전시킬 전문단체의 설립이 필요하다. 넷째로, 가족기업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전문 학위과정의 개설이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가 현실화될 때 고용창출은 물론 히든챔피언과 장수기업이 많이 잉태되어 우리나라 기업의 미래가 한층 밝아지지 않을까?

(자료: 파이낸셜 뉴스, 2010. 4. 15)